이렇다 보니 시각 장애인들은 디지털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디지털 난민인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시각 장애인에게 현재는 스마트 기기의 등장 이전과 똑같이 어둡다.
고미숙 닷 매니저가 닷 패드를 시현하고 있다. |
이에 소셜벤처기업 ‘닷(dot)’은 세상과 시각장애인을 연결하는 ‘닷 패드(Dot Pad)’를 출시했다. 닷 패드는 시각 정보인 그림, 사진 등을 촉각 그래픽으로 옮겨 시각장애인에게 그래픽 경험을 선사하는 디바이스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기기에서 그래픽이 전달되면 패드에 내장된 2400개의 핀이 튀어나오는 원리다.
성기광 닷 대표는 “닷은 접근성이라는 비전을 갖는 회사”라며 “장애인 분들이 공공 시설물들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닷 패드는 닷의 첫 결과물이다. 태블릿PC에 수만 권의 책을 넣은 채 돌아다니는 비장애인들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성 대표는 “김주윤 공동대표와 미국 유학 시절 교회에 다니던 시각 장애인 분이 계셨는데 크고 무거운 점자 성경을 들고 다니셨다. 여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점자 성경이 총 22권인데 이걸 디지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닷’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점자를 여러 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하다 보니 이미지 정보까지 표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닷에 따르면 닷 패드의 상용화로 시각장애인 용품에 대한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점자 책을 매번 구매해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점자가 흐려지는 등 이유로 보관이 힘들었으나 이런 점도 닷 패드로 극복 가능하다.
닷의 이런 기술력은 최근 유행하는 ESG 추세와 맞물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23’에서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LG전자가 진행했던 ESG 어워드 ‘라이프스 굿 어워드’에서도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성 대표는 “모두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CES에서도 사람을 돕는 기술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닷 패드 제작까지는 총 7년이 걸렸다. 소형화된 디스플레이 안에서 표준 점자 간격을 유지한 채 모터끼리 연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모터가 있으면 전자기기로 인해 자기장 간섭이 심해지는 탓이다. 외국 대학 등에서 상용화에 실패한 이유다.
가격도 제작 기간 지연에 한 몫을 했다. 시각장애인들 누구든 구매할 수 있도록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게 장애물이었다. 성 대표는 최대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 닷 패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맥킨토시가 나왔을 당시에도 가격이 비싸 B2B(기업 대 기업)으로 많이 팔았다. 상용화되며 점점 가격대가 내려오며 개인이 하나씩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됐다”며 “닷패드도 똑같다. B2B, B2G(기업 대 정부)로 시장에 먼저 내놓은 뒤 점차적으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닷 패드 키오스크. 화면에 나오는 길이 닷 패드로 전송된다. |
닷 패드는 현재 시청, 구청, 박물관 등 국내 공공기관 건물 위주로 설치가 되고 있다. 기관 방문 시 입구에 위치한 안내 키오스크에 점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돕는다. 오는 3월에는 부산에 전 지하철역에 닷 패드를 설치해 무장애 교통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개인이 사용하려면 교육청 산하 시각장애인 기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성 대표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디지털 환경을 가지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성 대표는 “전세계 시각장애인분들이 우리 생활과 다를 바 없는 디지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며 “시각장애인 분들의 삶을 바꾸는 게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확장해 다른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까지 세상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연결성(Accessibility)을 갖는 게 목표”라며 “연결성 분야의 리더가 돼서 모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성기광 닷 대표.(사진=닷) |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