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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스티비 원더도 우리가 만든 스마트워치 써요"

이세현 기자
입력 : 
2019-12-12 16:21:22
수정 : 
2019-12-12 16: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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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광 dot 공동대표 "시각장애인의 배리어 프리에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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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스타트업 'dot'의 공동대표 성기광씨는 누구라도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진 = 이세현 인턴기자]
맹인 가수 스티비 원더와 안드레야 보첼리가 사용하는 '닷 워치'를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 국내 스타트업 닷(dot)이다. 간단한 메시지와 시간 등을 알려주는 점자 스마트워치는 출시 직후 13개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으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 dot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구현하는 닷 패드, 공공장소의 안내를 도와주는 닷 퍼블릭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시각장애인의 배리어 프리(장애인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 어떤 시각장애인 누구라도 소외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dot 공동대표 성기광 씨를 지난 11일 IT 벤처기업의 요람 가산디지털 단지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점자 스마트워치라니,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닷 워치는 기존 스마트워치와 비슷하다. 지름 4.2cm의 화면 위에 지름 1.3mm짜리 점자 24개가 들어가있다. 휴대폰과 연동돼 문자, 날씨, 시간 등 알람이 오면 점자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읽을 수 있게 변한다. 과거에는 세라믹 판을 이용한 전기자극으로 점자를 움직였다. 하지만 닷 워치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코일과 자석을 이용해 작은 힘으로도 점자를 움직일 수 있다. 충전도 2시간만 하면 2주를 사용한다.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정보를 취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을 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데 닷 워치 개발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가격이 비쌀 것 같은데.

▷가격은 기존 점자정보 단말기의 10분의 1 수준인 35만원 정도다. 현재 청각장애는 진단 즉시 보조금을 받아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 취업을 해야 혜택을 받는다. 취업을 하려면 먼저 배움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점자정보 단말기를 구입할 수 없는 현실이다. IT기술이 발전해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접하는 세상인데 시각장애인이라고 차별받으면 안 되지 않을까 싶었다. 조달청 산하 장애인고용공단 사업으로 분류돼 취업을 하면 정부 지원 100%로 구입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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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 워치'는 휴대폰과 연동돼 문자, 날씨 등의 알람을 언제 어디서든 점자로 읽을 수 있다. [사진 = 이세현 인턴기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미국 시애틀에서 대학을 다닐 때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했다. 세 번 째 창업은 회사에게 앱을 통해 픽업트럭을 공유하는 서비스였는데 수입은 괜찮았지만 나랑 맞지 않아 그만뒀다. 이후 마음을 비우고 친구 따라 교회를 갔다가 우연히 한 시각장애인이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매우 두꺼운 점자 성경을 끙끙거리면서 읽어야 해 목사님 말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점자시장을 리서치를 해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점자 디바이스는 많지만 값이 비싸 보급률이 5%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어 정보 접근에 용이하면서 핵심 기술을 저렴하게 개선하면 그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길로 대학교를 휴학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지금의 dot을 창업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하던데.

▷스마트워치는 국내 포함 20개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가장 수요가 많은 국가는 미국과 중동이다. 최근엔 '점과 점을 연결해 세상으로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의미로 '닷 퍼블릭'을 론칭했다. 공공기관에 있는 촉각지도 등을 디지털화해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함께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에 '인클루시브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키오스크에서 목적지를 검색하면 비장애인은 3D 지도로, 시각장애인은 촉각 지도로 찾아갈 수 있다. 내년 10월부터 열리는 '두바이 엑스포 2020'과 오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현장 곳곳에서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중동의 일부 학교에서는 닷 패드를 책상마다 설치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일명 '스마트 클래스룸'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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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 퍼블릭'은 공공장소에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으로 서울 강남역, 카타르 월드컵 등에 디지털 촉각지도 기기를 설치 중에 있다. [사진 제공 = dot]
―사업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dot의 핵심가치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 해소와 보행의 자유다. 우리의 기기들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돈을 좇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바라보고 달렸더니 비슷한 시기에 창업을 했던 하드웨어 스타트업 중 dot만 살아 남았다. 혹여나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핵심기술을 발명해 원하는 분야에서 균열을 일으킬 자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시행착오 끝에 세상이 필요로하는 무언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인가.

▷거리를 걷다 보면 장애인들이 정책 관련 시위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비장애인들처럼 세상에 접근해 살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지표없이 섣불리 정책을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기업이 먼저 나서서 닷 워치 같은 실물을 제시하면 정부도 이해하며 관련 정책을 개선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dot은 시각장애인들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겠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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