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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례뉴스] 모두가 평범하고 즐거운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닷(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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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00:00

지난 9일 사례뉴스팀은 주식회사 ‘닷’의 사무실에서 고미숙 매니저를 만났다. ‘닷’은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고 매니저는 ‘닷’의 시각장애인 직원이다. 그는 ‘닷’에서 마케팅과 CS 업무, 점자 규정, 제품 UX/UI 검수, 제품 시나리오 제작 참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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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dot)' 마케팅부의 고미숙 매니저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닷', 교육 분야에 특히 주목


‘닷’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다. ‘닷’의 김주윤, 성기광 대표는 무거운 점자 성경책을 보고 점자책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책과 점자 콘텐츠의 한계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하기 어렵다.

점자책은 무겁고 비싸다. 제작 과정이 복잡하여 제작 기간도 길다. 점자 콘텐츠도 한정적이다. 점자 콘텐츠는 점역사와 점역교정사라는 전문 인력에 의존하여 제작되는데, 국내 점역사는 200명에 그칠 정도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점자 성경책은 두껍고 무거워 휴대가 불편하고 매우 비싸다. (사진출처=서울신문)
정보 격차는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한다. ‘닷’의 고미숙 매니저는 시각장애인이 겪는 정보의 격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이것이 곧 ‘닷’이 교육 분야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교육이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흔들 때 손을 흔드는 방향이나 위치 등을 잘 모를 수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올라갈 때 가방 등으로 뒤를 가리고 올라가야 한다는 걸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정보의 격차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정보의 격차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과 경쟁을 했을 때 밀려나고 경제적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각장애인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닷’은 시각장애인에게 교육을 제공하여 본인도 만족할 수 있고 사회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자 한다.”


'닷 미니'는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점자 패드다
'닷', 글로벌 시장 주목... 성공 요인은 새로운 기술·시장 개척과 기존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불편함 적극 해소

‘닷’의 김주윤, 성기광 대표는 점자 액추에이터인 ‘닷 셀’을 개발했다. ‘닷 셀’은 기존 일본과 독일의 점자 액추에이터보다 작고 저렴하다.

기존 점자 액추에이터는 전기회로의 힘을 이용했다. 판에 전기로 탄력을 줘서 점자를 올렸다 내리는 방식이었다. 전력 소모가 커서 크기도 커지고 고가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닷 셀’은 자석의 힘을 이용한다. 자석에 전기의 힘을 줘서 셀을 밀어내고 당기는 방식이다. 기존 점자 액추에이터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자석 덕분에 크기와 가격도 줄일 수 있었다.


'닷 셀'은 기존 촉각 셀보다 크기는 20분의 1, 비용은 4분의 1만큼 감소된 점자 액추에이터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닷’은 ‘닷 셀’을 시작으로 ‘닷 워치’, ‘닷 패드’, ‘닷 미니’, ‘배리어 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보조공학기기를 개발했다. ‘닷’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미숙 매니저는 ‘닷’의 성공 요인에 대해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기술과 시장 개척을 시도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점자 패드는 한 줄로만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한글은 모아쓰기 방식이고 점자는 풀어쓰기 방식이다. 한 글자의 한글을 점자로 표현하기 위해 최대 5칸까지 쓰인다. 한 줄로만 이루어진 기존 점자 패드로는 도형, 그래프, 수학공식을 확인하기 불편한 것이다.

반면, ‘닷 패드’는 도형, 그래프, 수학공식도 한 번에 볼 수 있는 패드 형태로 제작되었다.


'닷 패드'는 기존 점자 패드와 달리 도형, 그래프, 수학 공식까지 표시할 수 있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고 매니저는 “이렇게 기존 제품의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던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닷'의 수많은 성공 사례 중 ‘닷 워치’를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 사례로 꼽았다. 

“기존에 시각장애인들은 음성 시계나 시곗바늘을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성 시계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 바늘 시계는 바늘을 만져서 시간을 확인하다 보면 바늘이 돌아가 부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닷 워치’는 점자로 시간을 표현하여 사용자가 1분 단위, 1초 단위까지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닷 워치’의 스마트 기능은 시각장애인이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간편하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비장애인이 눈만 돌려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도 ‘닷 워치’에 손만 내려서 정확한 시간과 카톡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며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닷 워치’가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닷'의 방향성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제품

현재 ‘닷’은 ‘배리어 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닷’의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디지털 촉각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키오스크 높낮이 조절, 음성, 점자, 돋보기 등의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촉각 지도(이미지) 및 음성 안내가 지원되며,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영상과 큰 글씨가 제공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휠체어 사용자나 어린이가 다가오면 자동으로 모니터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고령자, 영유아 동반자, 외국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여러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사용자 유형별로 맞춤 사용이 가능하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현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강남구청, 남원 시청 민원실, 부산 역사인 부산역과 서면역, 횡성 및 여주 휴게소에 설치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를 시작으로 뉴욕 대학교, 뉴욕 지하철, 시각장애인 단체 NFB 등과 연이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 매니저는 배리어 프리가 ‘닷’의 현재 방향성이라고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닷’은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정보격차로 인해 겪는 어려움에도 공감하게 되었다. 어린이나 휠체어에 타고 있는 지체장애인이 키오스크 화면이 높이 있어서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청각장애인이 글자 대신 수어를 사용할 때 문맥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은어와 외래어의 등장으로 노인분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 모두가 정보 격차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닷’은 시각장애인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포용적 배리어 프리’라는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여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어린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닷', AI 디지털 자동 변환 기술 및 온라인 플랫폼 구현 사업 참여... 정보 격차 감소에 시너지 효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닷’은 지난 7월부터 점자 콘텐츠 제공을 위한 ‘AI 디지털 자동 변환 기술 및 온라인 플랫폼’ 구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겪는 정보의 격차를 더 줄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디지털 자동 변환 기술’은 점자 콘텐츠 제작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오징어 게임’ 같은 최신 콘텐츠를 더욱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I 디지털 자동 변환 기술’은 교재 작업 기간을 최소 2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 권의 책이 점자 책으로 나오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AI 자동 변환 기술이 구현된다면 점자 콘텐츠 제작 기간이 줄어들 것이다. (사진출처=허프포스트코리아)
고 매니저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교재가 없기 때문에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도 교재의 한계 때문에 특수교육학과, 사회복지학과 중에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최근에는 경영학과, 심리학과, 기독교학과로 선택의 폭이 확대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교재를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재가 없어서 휴학을 하는 경우도 있다.”

“AI 기술이 개발되면 이런 부분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 매니저, “'닷' 직원들 연령 다양해... '대가족' 같다”

'닷'은 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을 2시간 이상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닷'에서는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보조공학기기 및 장애인 관련 법에 관심과 열의'라는 공통점을 갖고 함께 일하고 있다.

고 매니저는 ‘닷’의 분위기가 ‘대가족’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세대가 다양한 만큼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서로 포용하고 배우며 성장해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닷' 사무실에 적혀있는 문구다.

고 매니저, “고객들의 평범한 삶을 돕는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보람 느껴”

고 매니저에게 '닷'에서 일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물었다. 

그는 “제품 UX/UI 검수 과정에서 내가 제안한 방향으로 개선되거나 추가된 기능에 대해 고객들이 만족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의 '핸드폰에서 닷 워치 찾기 기능'이 바로 고 매니저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원래 '닷 워치'에는 '닷 워치에서 핸드폰 찾기 기능'이 있었다. 고 매니저는 이 기능보다는 '핸드폰에서 닷 워치 찾기 기능'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 매니저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닷 워치'에 '닷 워치에서 핸드폰 찾기 기능'이 추가되었고 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고 매니저는 “그럴 때 내가 ‘닷’에 소속되어 있는 직원이지만 동시에 다른 시각장애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닷 워치'의 '핸드폰에서 닷 워치 찾기 기능'처럼 고 매니저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닷 워치'의 '핸드폰에서 닷 워치 찾기 기능'처럼 고 매니저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닷 홈페이지)
 

고 매니저에게 어떤 비전을 갖고 ‘닷’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도전을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17살 때 실명한 이후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비장애인일 때는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디자이너라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된 후로는 미래보다는 현실에 충실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과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매니저는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여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닷’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장애인이 평범하게 누리는 삶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어려운 삶”이라며 “내가 많이 기여해서 좋은 보조공학기기가 실현되면, 나와 내 친구들도 평범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한다”고 덧붙였다.


고 매니저, “모두가 행복한 경영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기술에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술과 경영이 필요하다. 

고 매니저는 “소외계층에 대한 시장도 작지 않다. 소외계층까지 포용하는 경영이 많은 영역에서 필요하다. 그런 경영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폰은 장애인"도" 사용하기 편하게 설계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세탁기나 건조기는 다이얼을 돌릴 때 음성 안내가 없다. 반면 밥솥은 다이얼을 돌릴 때 메뉴에 대한 음성 안내가 나온다. 음성 기능을 하나 추가함으로써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도 제품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외계층’도’ 사용할 수 있게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여  ‘모두가 행복한 경영’을 하는 경영자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