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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장애 없는 사회, 기술로 열어갑니다” 김주윤 닷 대표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스마트패드 개발
장애 넘는 디지털교육·소통길 열자 해외서도 ‘러브콜’
무인 키오스크·촉지도 등 장애인 사용 가능케 변화도
“SW 개발부터 기기양산까지 되는 유일 기업” 자부심
소셜벤처 ㈜닷을 공동 창업한 김주윤 최고경영책임자(CEO·오른쪽)와 성기광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DO)가 사내 전시실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도현정 기자]

20대를 고스란히 창업에 바친 ‘프로창업러’가 세번째로 꽂힌 분야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소통·교육의 기회를 열어주는 소셜벤처.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대의는 있을지언정 수익성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김주윤 ㈜닷 대표는 “장애 보조기기 개발은 글로벌 수요가 많아 경제성이 충분하고, 사회문제 해결이란 가치가 뒤따라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닷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패드를 만드는 기업이다. 김 대표가 장애 보조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 시절 룸메이트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서부터.

“워싱턴대에서 창업을 부전공으로 하며 두번 창업을 했는데, 트렌드를 쫓아 아이템을 찾다보니 열의가 금방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지체장애가 있는 룸메이트와 지내며 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됐고, 교회에서 본 방대한 양의 점자 성경책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디지털 점자 보조기기는 있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사회보장시스템이 열악한 국가와 지역은 시각장애인에게 유익한 점자 보조기기를 접할 수단이 매우 열악하다. 촉각 그래픽까지 표현 가능한 디지털 기기는 양산까지 가는과정이 험난해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 없었다. 비장애인들은 다양한 영상으로 교육을 받지만, 장애인의 경우에 강의는 강사의 말과 점자 또는 화면 낭독프로그램(스크린 리더)로 읽는 텍스트가 주류였다. 그래픽 등의 시각적 자료에 접근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점자 변환기기는 한 대에 300만~500만원이 들 정도로 비싸다.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이 한정돼 시각장애인들이 기기를 받을 때까지 추첨을 거듭하며 5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의 디지털 보조기기 필요성을 절감하자마자 김 대표는 집안 사정으로 귀국해야 했다. 줄곧 같이 창업했던 성기광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DO)의 제안으로, 마지막 장학금 200만원을 털어 귀국하자마자 닷 창업에 나섰다.

“2014년 귀국했는데 당시는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조차 없어 투자유치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개발하는 와중에 군대까지 다녀와야해서 투자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표의 군입대가 리스크 요인이니까요. 궁여지책으로 국내 뿐 아니라 유럽, 콜롬비아 등 외국까지 창업대회는 모조리 참가하며 상금을 모았습니다.”

닷은 콘텐츠를 인식해 점자화하도록 전기신호를 보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이를 무료로 개방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와 기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소프트웨어 무료 개방에도 닷의 사업성에 대한 염려는 없었다. 김 대표는 “닷은 부평공장에서 기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고, 양산 수율이 97%에 달한다.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해결하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닷이 개발한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닷 제공]

닷의 첫 제품은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다. 여기에는 전자석 방식을 통해 콘텐츠를 점자로 바꿔주는 기술이 들어갔다. “기존 점자 기기는 인지한 콘텐츠에 따라 전류가 흐르면 세라믹 패널이 구부러지면서 점자를 밀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일본이나 독일 기업들이 시장을 거의 차지하고 있죠. 닷은 신호를 받으면 특정 부분에 전기를 흐르게 해 점자를 밀어올리는 전자석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크기가 훨씬 작아 스마트워치로 개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주로 썼던 점자 변환 방식(위쪽)과 닷이 개발한 전자석 방식 모듈(아래쪽)[도현정 기자]

닷 워치는 화면에 네 개의 점자 셀이 있고, 셀마다 6개의 점이 올라올 수 있다. 화면 가운데에 구분선이 볼록하게 나와있어, 화면을 좌우로 나눠 시간이나 날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동된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오면 영어 대문자 M 모양으로 점자가 나온 후 차례로 메시지 내용이 한 줄씩 올라온다. 김 대표는 20만원대인 닷 워치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익히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며 “누구나 접근가능한, 가장 저렴한 보조기기를 만들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점자 스마트패드인 ‘닷 패드’[닷 제공]

닷 워치가 시작점이라면, 주력 모델은 점자 스마트패드인 ‘닷 패드’다. 닷 패드는 점자로 문자 콘텐츠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각종 그래픽 콘텐츠를 느끼게 해준다. “시각장애인들은 그래픽 기반 교육이 특히 취약합니다. 수학 그래프, 화학 분자 모양, 세계 지도 등을 점자로 표현해주는 디지털 기기가 없었어요. 닷 패드는 간단한 그림부터 공간도형의 모양까지 촉각을 통해 익히게 해줍니다.”

닷 패드를 이용하면 시각장애 아이들도 비시각장애 아이들과 동일한 그림을 패드를 통해 손으로 만져보고, 즐기며 장애를 넘어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닷이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점자 스마트패드[도현정 기자]

꼭 필요한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닷의 무대는 금새 세계로 넓어졌다. 미국에서는 오는 2022년부터 닷의 기기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습 교구로 채택된다. 휴먼웨어(에실러)와 닷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간 미국 교과과정 디지털화 사업은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의 규모다.

최근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개발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기차표를 발권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쓰는 키오스크는 점자 도입이 전무하고 높이도 높아 장애인, 노인 등이 사용하기 어려웠다.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촉지도도 너무 넓은 지역을 단순하게 담아낸 것이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안내가 안되는 안내도’라 불렸다. 닷은 부산시와 협업해 시범사업으로 서면역에 배리어프리 보조기기를 설치했다. “지체 장애인도 쓸 수 있게 높이를 낮추고, 화면의 사각지대를 없앴고, 촉지도도 꼭 필요한 부분을 골라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반응이 좋아 안내 키오스크의 화면을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전송해주는 방식도 개발중입니다. 부산에서 본 사업이 시작되면 120개 역에 디지털 안내판이 들어가는, 1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는 아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이 같은 플랫폼을 시범 도입하려 준비중이다. 오는 2022년 월드컵을 장애인도 차별없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치르겠다며 준비중인 카타르도 닷과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시각장애인은 나라별 규모로는 작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2억8500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시장 기회도 충분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연이은 창업에 열의가 휘발되던 차에 장애인을 위한 기업의 필요를 봤다는 김 대표가 닷에서는 초기의 열의를 지켜가고 있을까. 김 대표는 “닷의 30명 직원 누구나 비슷할텐데, 엄청 보람찬 순간들이 있다”며 “닷의 기기로 세상을 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소식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SNS)에 올라오고, 시각장애가 있는 내 자녀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닷과 협업하고 싶다는 제안들이 자주 온다”고 전했다.

다음 사업 아이템도 모두 장애인과 관련된 것들로 구상중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양성하기까지 2억원이 든다고 하잖아요. 훨씬 많은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게 하려면 안내견 역할을 대신할 안내 로봇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시각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바이오 사업의 역할에도 관심이 있어요.”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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