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특허만 110여건, 따뜻한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소셜 벤처 ‘닷’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로 세상과 연결
닷 패드를 통해 촉각으로 만나는 이미지의 세계

[AI요약] 애플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기기를 개발해온 소셜 벤처 ‘닷(dot)’.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부터 이미지를 표현하는 닷 패드까지 혁신 기술로 누구나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닷을 만나봤다.

애플과 함께 촉각 디스플레이 '닷 패드'를 개발한 소셜벤처 '닷(dot) (이미지=닷)

지난 3월, 애플이 국내 한 스타트업과 아이폰·아이패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온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애플이 한국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기기를 개발해온 스타트업은 바로 소셜 벤처 ‘닷(dot)’이다.

2015년 김주윤·성기광 공동 대표가 설립한 소셜 벤처 ‘닷’은 혁신 기술로 누구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barrier-free)’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은 약 2억8천5백만명이라고 합니다. 국내 등록 시각장애인은 25만 2000여명이고요. 비장애인들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이 장애인들에게는 일상에서 매번 넘어야 하는 장애물입니다. 그 벽을 넘어 혁신 기술로 세상과 장애인을 연결하는 것이 저희 일이죠.”

최아름 닷 소셜임팩트 디렉터와 고미숙 닷 커뮤니티 매니저를 만나 닷이 추구하는 배리어프리 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을 바꾸는 첫 번째, 닷 워치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는 시계는 물론 문자, 메신저 내용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닷)

닷의 고미숙 커뮤니티 매니저는 시각장애인이다. 고 매니저는 닷의 제품 개발 시 사용자 평가, 피드백 등을 진행하고 제품이나 행사를 외부에 알리고 안내한다.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제품은 바로 ‘닷 워치’. 닷 워치는 닷이 세계 최초로 만든 촉각 점자 스마트 워치다. 미국 시각 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사용하는 시계로도 주목받았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한 시계는 아날로그 형태의 시계와 음성 시계 두 가지였다. 아날로그시계는 뚜껑을 열고 시곗바늘을 직접 만져 시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몇 분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으면 읽기 어렵고, 잘못 건드리면 바늘이 돌아가 버렸다. 음성시계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곳이나 외부에서는 확인이 어렵고 도서관 등 조용해야 하는 공간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닷 워치는 총 4개 셀(6개 핀)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에 점자로 나타나니까 언제 어디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죠. 스마트폰하고 연결하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도 읽을 수 있어요. 전 메모장에 살 물건 목록을 적어놓고 쇼핑도 합니다.”

6개 점자 핀이 1셀로 총 4개 셀로 구성된 닷 워치 (사진=닷)

‘닷 워치’를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SNS와 메신저 내용, 전화와 문자 수신자와 내용 확인을 비롯해 스탑 워치, 알람, 타이머, 날씨, 노래 제목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간단한 터치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게만 2~4kg에 200~500만원이던 기존 점자 단말기와 달리 닷 워치의 무게는 기존의 약 20분의 1인 약 27g에 가격은 30만원 선이다. 이렇게 크기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닷이 자체 개발한 ‘닷 셀’ 기술 덕분이다.

닷의 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자 핀 변천 과정 (사진=테크42)

닷 셀은 전자석 액추에이터(Actuator, 시스템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데 쓰이는 기계 장치)로 전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점자를 표시하는 돌기를 움직인다. 촉각 패널 부품을 비롯해 텍스트를 점자로 자동 번역하는 엔진과 그래픽 번역 엔진 등 닷의 국내외 출원·등록 특허 건수만 110여 건에 달한다.

그래프·이미지까지 가능한 촉각 디스플레이

2400여개의 점자 핀이 텍스트는 물론 그림, 그래프 등 다양한 이미지 요소를 표시할 수 있다. (사진=닷)

닷은 점자 스마트 워치에서 나아가 ‘닷 패드’도 개발했다. 디지털 점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촉각 디스플레이로 태블릿 PC와 유사하다. 2400여개의 점자 핀이 텍스트와 그림, 그래프, 지도 등을 실시간으로 그려낸다. 기존 점자 단말기가 한 줄로 글을 표시했다면 닷 패드는 도형·사진·웹툰·지도와 같은 그래픽 요소와 텍스트도 함께 표시할 수 있다.

닷 패드는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영상=닷)

이러한 가능성을 눈여겨본 미국 교육부는 지난해 닷과 300억 원 규모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부터 4년간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디지털 촉각 디바이스를 독점 공급하는 내용이다. 닷 워치 역시 2016년 초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미국에 3,000여 대 등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된 바 있다.

고궁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나눔방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사진=닷)

“그전까지 시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던 것은 점자로 변환한 텍스트뿐이었어요. 그림이나 모양은 그저 상상만 했죠. 하지만 닷 패드로 이제는 그림과 그래프도 확인할 수 있게 됐죠. ‘하트’나 ‘해바라기’ 모양이 어떤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하면 이해가 가실까요?” 고미숙 매니저는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닷 패드로 다양한 지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닷은 닷 워치, 닷 패드뿐 아니라 2018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에서 점자 키오스크를 선보인 이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도 출시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국내 박물관·구청·시청·지하철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최아름 닷 소셜임팩트 디렉터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장애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사용하는 유니버설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닷 워치와 닷 패드 등 하드웨어를 만들었으니 그 생태계 안에서 운영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나겠다”고 전했다.

조인숙 기자

aloh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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